Theory - kim heejo

Schematic Medium

Theory of the 'Schematic Medium'




1. 'Schematic Medium'의 정의: 동적 평형의 수행적 생성 시스템

‘스키매틱 미디엄(Schematic Medium)’은 나의 예술 세계를 관통하는 핵심 방법론이자, 세계의 본질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가 작동하는 방식을 모델링(Modeling)하는 사유의 구조다. 이 용어는 두 가지 차원에서 정의된다.

 
  • 스키매틱 (Schematic)
사전적으로는 ‘스키마(Schema)’의 형용사로서 ‘도표’나 ‘도식’을 의미한다. 하지만 인지심리학적 관점에서 이는 단순한 기호를 넘어, 인간이 세상과 상호작용하고 사건을 파악하는 데 사용하는 ‘인지적 틀’이자 ‘사고의 구조(Structure of Thinking)’를 뜻한다. 나는 이 개념을 나의 작업 속에서 모든 조형 행위를 지배하고 연결하는 ‘유연하고 재귀적인 시스템의 언어’로 확장하여 사용한다.
 
  • 미디엄 (Medium)
일반적으로는 예술을 구현하는 ‘수단’이나 ‘재료’를 뜻하지만, 동시대 미술의 맥락에서는 회화, 조각, 오브제와 같은 표현 양식 전체를 아우르는 용어로 사용된다. 나는 이 개념을 물리적 재료의 차원을 넘어, 사유와 세계를 매개하며 조형적 실천이 이루어지는 ‘표현 양식의 총체’로 확장하여 정의한다.


따라서 나의 Schematic Medium은 회화, 드로잉, 조각, 오브제, 설치와 같은 각각의 작품들을 독립적이고 단편적인 방식으로 제작하는 것이 아니다. 이는 모든 매체가 서로 유기적인 관계성을 가지고 하나의 거대한 시리즈나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통합적 전략이다.

즉, 나의 고유한 ‘인지적 스키마’가 다양한 매체를 통과하며 구체화되는 과정이며, 이는 고정된 형태에 머물지 않고 내부의 질서(개념)와 외부의 자극(환경) 사이에서 끊임없이 최적의 균형점을 찾아가는 ‘동적 평형(Dynamic Equilibrium)’의 상태이다.





2. 본질: ‘조형(造形)’에 대한 재정의
나는 나의 작업을 단순한 제작(Making)이 아닌 ‘조형(造形)’으로 규정한다. ‘조형’은 문자 그대로 ‘형태를 만든다’는 뜻이지만, 나에게 있어 이는 단순한 시각적 결과물을 낳는 행위가 아니다.

“형태를 만든다는 것은 곧 세계를 다시 사유하는 일이다.”

조형은 인식이 세계를 구성하고 질서를 세우는 ‘생성적 언어’이다. 따라서 나의 작업은 감정의 표현이나 이미지의 재현이 아니라, 사유가 스스로 형식을 만들어내는 과정, 즉 사유의 작동·감각의 질서·세계의 형성 과정을 시각화하는 수행(Praxis)이다.




3. 작동 원리: 닫힌 구조에서 열린 생성으로
Schematic Medium은 완성된 형식이 아니라, 질서와 관계가 지속적으로 생성·확장되는 ‘열린 구조(Open System)’다. 이 시스템은 조형 언어(인간), 구조(공간), 수행(시간)이 상호 감응하는 하나의 유기적 회로이다.
 
  • 조형적 언어의 체화 (감각적 통로)
    피에트 몬드리안(Piet Mondrian)과 같은 과거의 환원주의(Reductionism)가 세상을 점·선·면으로 요약하여 불변의 ‘본질’을 찾으려 했다면, 나는 나만의 ‘독자적인 조형 코드(Plastic Code)’를 통해 세계를 재해석한다. 나의 조형 언어는 근원적 개념을 최소한의 기호로 환원한 것이며, 이는 단순한 상징이 아니라 나의 철학이 투영된 ‘개념적 DNA’이다. 나는 이 언어를 인간과 세계가 서로 감응하는 ‘감각적 통로(Interface)’로 사용하여, 고정된 상징이 아닌 생명체처럼 환경과 맥락에 따라 변이하는 유기적 소통 체계를 구축한다.
 
  • 개념의 유연한 구조화 (관계의 장)
    솔 르윗(Sol LeWitt)이 아이디어를 ‘실천을 위한 지시문’으로 남겼다면, 나의 스키마는 ‘진화하는 알고리즘’으로서 공간을 점유한다. 작품의 내용은 확정된 메시지가 아닌 ‘잠재성’으로 존재하며, 개별 작품들은 독립된 파편이 아니라 거대한 유기체 안에서 서로 연결된 ‘유기적 연결망(Organic Network)’으로 기능한다. 이는 물리적 장소에 놓이는 것을 넘어, 공간의 흐름 속에 접속하여 의미를 발생시키는 ‘관계적 확장’이다.
 
  • 반복과 차이 (시간의 수행적 기록)
    작업에서의 ‘반복’은 기계적인 복제가 아니라, 시간의 흐름을 기록하는 ‘수행적 리듬’이다. 반복되는 붓질과 행위는 이상(Ideal)에 도달할 수 없는 인간의 ‘존재론적 불완전성’을 확인하는 제의(Ritual)이다. 매 순간 발생하는 미세한 ‘존재론적 오차’들은 단순한 조형적 흔적이 아니라, 시간 자체가 내 신체를 통해 구조적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사건(Event)이 된다.

     



4. 조형적 전개: 구축된 스키마와 확장의 궤적

Schematic Medium은 고정된 양식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에 따라 끊임없이 버전을 갱신하는 ‘진화적 과정’에 있다. 아래의 시리즈들은 Schematic Medium의 개념을 현실에 정착시킨 핵심 참조점(Reference Points)이자, 향후 무한히 분기될 확장의 토대로서 기능한다.
 
  • Schematic Painting (2D Projection)
회화는 나의 스키마가 평면에 투영된 첫 번째 기록이다. <One Hour> Series는 제한된 시간 설정을 통해 직관적 인상을 포착한 수행의 기록이며, <Colored-Line Painting> Series는 내면의 에너지가 선과 색채의 흐름으로 표출된 시스템의 시각적 혈관이다. 이들은 단순한 평면 작업을 넘어, 향후 입체와 공간으로 확장될 조형 언어의 기본 문법을 형성한다.
 
  • Schematic Drawing (Conceptual Index)
드로잉은 사유의 뼈대를 세우는 과정이다. <Semi-Circle & No.9>에서 보여준 반복적 수행은 결핍과 불완전성을 드러내는 개념적 인덱스(Index)다. 이는 완성된 이미지를 지향하기보다, 개념이 구체적인 형상으로 전환되는 과정의 논리를 검증하는 설계도 역할을 한다.
 
  • Schematic Object (Dimensional Transition)
오브제는 평면의 스키마가 3차원 물리적 공간으로 침투하며 겪는 ‘차원적 변이’의 실험이다. 평면에서 구축된 조형 언어가 현실의 중력과 부피를 만났을 때, 어떻게 구조적으로 적응하고 새로운 형식으로 재구성되는지를 보여주며, 시스템이 환경에 적응해 나가는 진화의 단계를 증명한다.
 
  • Schematic Installation (Spatial & Relational Expansion)
설치는 Schematic Medium이 지향하는 ‘관계적 확장’의 현재형이다. <Platform1>은 그동안의 연작들을 종합적인 공간 스키마로 재배치하여, 관람객이 개입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다. 이 단계에서 작품은 관조의 대상을 넘어, 공간과 인간이 상호작용하며 매 순간 의미가 재구성되는 ‘관계적 사건의 장’으로 기능하며, 향후 더욱 복합적인 차원으로 뻗어나갈 시스템의 가능성을 열어둔다.


 
결국 Schematic Medium은 예술 작품을 ‘감상해야 할 아름다운 사물’에서 ‘작동하고 생성하는 세계(Worlding)’로 전환시킨다.
나의 작업은 닫힌 법칙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불완전한 인간이 스키마라는 도구를 통해 세계와 호흡하고, 그 과정에서 파생되는 미학적 질서를 입체적으로 확장시키는 ‘수행적 생성 구조(Performative Generative Structure)’이다. 이는 이성적 사유와 신체적 실천이 상호작용하며 세계를 새롭게 구조화하는 메타-프락시스(Meta-Praxis)로서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