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S NOTE | 15
존재 이후의 물음 (After Questions)
2018 노트에서 발췌

현상을 감각하는 순간과 그 본질을 인지하는 순간은 결코 일치하지 않는다. 우리는 단일한 시간축 위에 살고 있지 않으며, 육체의 감각과 정신의 사유가 비동시적(Asynchronous)인 층위에서 엇갈려 흐르기 때문이다.
인간의 불완전한 인식 너머, 자연과 우주의 절대적인 총체인 만물(The Whole)은 현실과 허상이 뒤섞인 거울과 같다. 나는 눈앞의 현재를 직시하려 애쓰지만, 그 실체는 늘 유예되고 지연(Delay)된다. 본질에서 끊임없이 미끄러지며 끝내 맞물리지 않는 그 불일치가 나를 괴롭히고, 내가 어떤 노력으로도 최종적인 의미에 결코 도착할 수 없다는 사실이 나를 슬프게 한다.
휘몰아치는 경험의 폭풍 속에서는 의미가 닿지 않기에, 진정한 물음은 언제나 사건이 종결된 뒤, 그 적막의 틈에서 비로소 고개를 든다. 그 어긋난 층위의 깊은 곳에서 기억은 변형되고, 나라는 존재는 찰나의 반사광처럼 희미해져 간다. 소멸(Extinction)의 문턱에서 나는 묻는다. 우리는 어떤 결실(Fruit)을 향해 존재하며, 무엇으로 삶을 규정하는가?
엔트로피(Entropy)로 흩어지는 아름다움과 정신의 빛을 붙잡기 위해, 나는 고독한 깊이에서 길어 올린 긍지(Pride)로 망각에 저항한다. 망각의 결손을 관통하는 기록은, 지연된 과거를 현재로 소환하여 잇는 유일한 통로다. 이 치열한 삶의 흔적들은 왜곡된 시간의 오차를 바로잡고, 흐트러진 나의 에토스(Ethos)를 비로소 단단한 구조로 재구축(Re-construct)한다.